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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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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07  20: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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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비극은 오늘도 우리의 뇌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세월호에서 생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아픔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더욱 더 아픈 기억을 되새길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앞으로 아이들 키울 걱정에 더욱 더 아이들을 극성스레 챙겨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게 될 일 또한 걱정이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세월호의 침몰이 이번 한번의 사고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이젠 더 이상 놀랄 기력도 없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대형참사의 연속이었고, 이 비극적인 현실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다. 지난 20년동안 10명이상의 사망 및 실종사고가 난 경우만해도 30번 이상이고, 이 중 5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참사는 1993년 구포역 열차전복사고,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1995년 대구 가스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7년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1999년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고가 있었고, 사망자는 50명이 되지 않았지만 아이를 잃은 아픔에 전 국민이 함께 고통스러운 기억을 나누었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가 있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해외 동포들의 반응 중 씨랜드 사고로 고통을 받던 부모의 사연에서처럼 대형참사는 한국인임을 포기하는 계기로 이어지는 것도 분명하다. 대형참사가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매년 2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있다. 인구 10만명 당 1,600명이나 되는 수치이다. 제일교포들이 일본에 거주할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경우를 예외로 하더라도 2000년 이후 매년 1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국적으로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통계수치들은 이것만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청소년자살률이 인구 10만명 당 50명이 넘는 국가이고, 한국 청소년들의 사망률 1위는 자살과 관련되어 있다. 교통사고와 같은 외적인 요인만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이 늘상 우리를 따라다닌다는 얘기다. 청소년들의 비극은 청소년만으로 그치지 않고 어른이 되어 직장을 가진 후에도 계속된다. 대한민국은 매년 신고되는 공식적인 산재사고 사망자만 2000년 이후 평균 이천명이 넘는 나라이다.

요즘처럼 우리 사회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안전한 사회인지, 과연 인생의 어느 한 시기나마 안전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 적은 없다. OECD 국가들의 통계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은 밥먹고 살기 위해 일은 가장 많이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사망 가능성도 가장 높을 나라이다. 경쟁으로 내몰린 학창시절은 친구들과 간직할 추억보다 친구들의 자살과 일탈을 더 경험하기 쉬운 나라이며, 사회적 안전망의 허술함이 빈곤격차를 더욱 극심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하루 2, 3천원 벌이도 못하는 절대적 극빈층은 아니지만 생계가 곤란한 빈곤층이 1,200만명에 이른다. 하루 8시간 벌이로는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없는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집이라도 번듯하니 있다면 사정은 다행이지만 가구당 가계부채가 4천만원 이상인 한국에서 빚은 평생 갚아가야 할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필자는 우리가 지나 온 지난 2, 30년을 되돌아보면서 수많은 아픔을 동시대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동시에 사고로 인한 아픈 기억들을 너무나 쉽게 망각 속으로 밀쳐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방 도시에서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인생 곳곳에는 큰 사고들이 뒤따랐지만 요행히 참사를 피했기에 쉽게 잊을 수 있었던 것인지, 아픈 기억을 안고 사는 슬픔을 온전히 내 것으로 하기에는 이기적인 탓인지,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현실을 당연스레 여기며 사는데 익숙해진 것인지 어느 한 가지를 원인으로 지목하긴 어려웠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처럼 넋을 놓듯 지낸 적은 없었다.

수많은 목숨이 생명을 잃는 것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나 있을 법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되돌아 본 우리 사회는 매년 수만명이 목숨을 잃고 일자리를 잃고 나라를 잃고 있는 전쟁을 경험하고 있었다. 통계수치로만 보면 한국은 전쟁으로 해외에 난민신청을 하고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나라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 현실의 정치가 헤쳐가야 할 중요한 순간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쟁과 같은 악몽 속에서 살고 있지만 가장 냉철하게 사람들의 삶을 책임져야 할 정치가 그리운 때이다. 다가오는 6월 선거는 바로 세월호로 촉발된 우리 사회를 재점검하는 정치가 부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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